Pars Lucis


'된장에 순하게 풀린 봄나물의 맛을 알고, 밥알을 천천히 씹어 쌀알을 키운 농부의 마음까지 읽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모두 '정성'이란 말로 귀결된다.'


'서양의 이성주의 사고관이 사과의 모양이나 질감 성분을 일일이 따져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동안, 동양의 불교는 빙그레 웃으며 사과를 한 입 맛있게 베어 무는 것, 이것이 선이다.'


- Lonely Planet 2013년 3월호에 실린 소설가 백영옥님의 미황사 템플스테이 에세이 中



평생 소중하게 간직되는 아름다운 기억들은 '현재의 순간'에 어찌할 바 없이 푹 빠져 '정성'을 다했던 순간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세상에 남을 존재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 


사실 모두의 삶은 짧고 유한하고 한 번 뿐인 삶이니, 세상에 있는 동안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열심히 앞을 향해 달리던 사람에게 가장 소중했던 기억은 잠시 멈추어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의 기억이다. 세상에 남을 존재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물론 사람에게 중요한 가치이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삶은 역시 스스로 매 순간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감사히 음미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쉼이 필요한 시기에 쉼표를 주는 글을 읽어서 참 다행이다.


심상한 이유들로 인해 어느 새 현재에 대한 '정성'이 얼마나 그리운 단어가 되었는지. 

사람 답게 사는 것, 그저 빙그레 웃으며 맛있게 사과 한 입 베어 무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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